저번에 외국생활 할 때 있었던 일을 이어서 써볼까 한다.
때는 바야흐로 사회 초년생! 호텔에서 인턴쉽했을 때 이야기다. 맞다, 바로 저번에 Mr.Kumar씨들 이야기에 나왔던 배경과 같다. 하지만 오늘은 내 이야기가 아닌, 내 선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갈까 한다.
지금은 호텔 보증금에 대해 불편함은 있어도 거부감은 없는 듯 한데, 2012년 당시에는 한국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호텔 보증금 제도가 많지 않았던것 같다. 그래서 프런트에서 일하는 동료들도 손님들한테 보증금에 대해 설명하는데 시간을 많이 쏟았다. 특히 보증금으로 카드를 선택할 경우 호텔 측에서는 'Hold'를 하지만, 손님들의 문자에는 '결제'로 뜨는 바람에 더더욱 곤란한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고, 체크아웃 하는 날 'Hold'를 풀었지만 카드사에서 'release' 되는 시간이 2-3주가 될 때도 있어서 찝찝한 마음으로 체크아웃 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그래서 보증금을 설명할 때, 나도 동료들도 참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했다.
아직도 그 날이 눈에 선하다. 늦은 밤,10시 정도였는데 싱가폴 손님들이 줄을 서서 체크인을 했다. 그래서 나도 퇴근하지 못하고 1시간~1시간 반정도 연장 근무했었다. 당시 내 선임이었던 Mark는 어떤 손님이 마음에 들었던 걸까, 몇번의 대화를 나누더니 보증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보통 보증금을 내지 않는다고 버틸 경우는 객실 요금을 냈는지 확인한 후, 하우스키핑 부서한테 연락해서 객실 안에 있는 미니바를 비운다. 당시 내가 옆에 있어서 'Mark, 보증금은 왜 안받아?' 라고 물어봤는데, '응, 안받아도 되' 라고 대답하길래 뭔가 있나보다 싶었다.
문제는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 싱가폴 손님이 그대로 집으로 가버렸다. 물론 객실 요금도 안내고, 카드 정보도 하나도 없이 말이다. 게다가 미니바까지 싹 비워졌다고 한다. 차라리 하우스키핑에서 비웠으면 모를까, 하우스키핑도 비운적이 없다고 하니... 호텔은 거의 난리가 났다. 나름 월드체인 호텔이라 1박에 가격도 있을 뿐더러 미니바까지 털어갔으니 금액이 상당한 걸로 기억이 된다.
당시 Mark는 호텔프런트매니저한테 불려서가서 Report(사건 경위서)를 내고... 진짜 탈탈 털린것 같다. 그리고 그 비용도 Mark와 매니저들이 나눠서 채운것 같다. 호텔에서 근무하는 나도 보증금 제도가 참 마음에 안들었는데, 이런 사건이 터지고 나니 필요한것 같다. 물론 양심적인 사람들이 훨씬 많지만 친절함을 가면으로 비양심적으로 먹튀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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