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카지노에서 근무했을 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한국에서의 카지노는 금기 / 사행성 오락문화로 인식이 되어 있다. 물론 재산을 탕진할 정도로 게임에 빠져있으면 문제가 되지만 정해진 소액으로만 게임을 하고 깨끗히 뒤돌아 나가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카지노에서 근무한 사람의 생각은 이렇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후자보다는 전자의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전자와 같은 손님들이 많으니 각국에서 자국민의 카지노 출입을 막는게 당연할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 인구만큼이나 중국의 부자가 많다는 말은 있는데, 그 당시에도 우리나라의 카지노 큰손이나 VIP 손님은 은 중국손님이었다. 근데 하필 메르스가 유행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국에서는 한국으로 카지노 여행을 막았다. 그 여파로 카지노에는 손님이 1도 없는 날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지노가 유지되었던 이유는 바로 큰 손이 오기 때문인 듯 하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안나지만, 허름한 차림에 인상좋은 아저씨가 카지노에서 살다시피 했다. 직원들한테 더 친절해서 기억에 남는듯하다. 근데 어느 순간 그 손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고 담배도 많이 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직원들끼리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손님이 밥 먹을 돈도 없다는 것이였다. 본국으로는 어떻게 가나 싶은데, 이런 큰 손 + VIP 손님인 경우는 카지노에서 비행기표를 끊어서 집에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근데 진짜 큰 문제는 바로 다음이었다. 그 손님이 다시 돈을 마련해서 몇 일 뒤에 카지노를 방문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자주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두번은 아닌 듯하다.
그 손님의 끝(?!)은 솔직히 기억이 안난다. 오래된 일이기도 했고, 메르스 이후에는 다시 손님들이 많이 와서 다른 손님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카지노를 퇴사했지만 어쩌면 그 손님은 나보다 더 오래 근속을 찍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다.